통장의 침묵
원제 : 님의 침묵 - 한용운
패러디 : 마루나래
월급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월급은 갔습니다.
노란 통장을 깨치고 카드회사를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보너스같이 크고 빛나던 옛 숫자들은 차디찬 띠끌이 되어서 고지서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나는 커다란 월급의 숫자에 귀먹고 성과급의 액수에 눈멀었습니다.
연말정산도 사람의 일이라 원천징수 때에 미리 나갈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환급은 남의 일이 되고 추가 징수로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대출을 쓸데없는 이자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통장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초과근무를 옮겨서 새 희망의 적금통장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빌렸을 때에 갚는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갚을 때에 다시 빌릴 것을 믿습니다.
아아, 월급은 갔지마는 나는 카드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물가상승률을 못 이기는 월급의 인상은 통장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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